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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善)의 범람(氾濫)

가산(佳杣) 2006. 5. 27. 01:12
  선(善)의 범람(氾濫)

도암(島岩) 여규식(은퇴 목사)


모든 종교는 하나같이 ‘악을 버리고 선을 행하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성서는 그렇게만 가르치지 않는다.

창세기 처음에 에덴동산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는데 거기에는 하나님이 처음 사람에게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 하시니라.”(창 2:17)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말씀을 베르자예프는 그의 책 ‘인간의 운명’에서 “인간이 선과 악을 너무 분명히 가르면 죽는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예수님도 마태복음 13:29절 이하에서 ‘알곡 속에서 자라고 있는 가라지를 뽑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왜냐하면 인간은 알곡과 가라지(선과 악)를 구별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20세기 성자로 존경을 받는 슈바이처 박사도 선이 무엇인지 그것을 알려고 일생동안 고민을 했다.


실로 그렇다. 오늘의 선이 내일의 악이 될 수 있고 이쪽에서의 악이 저쪽에서는 선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일찍이 파스칼이 그의 불후의 명저 ‘팡세’에서 이미 이 같은 말을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오늘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나름대로 어설프게 선이라고 성정해 놓은 바로 그것을 위해 목숨까지 걸고 밀어붙이고 있다.


오늘 세계인을 괴롭히고 있는 자살폭탄 테러는 말할 것도 없고 지난날 히틀러는 이 땅위에서 악을 제거 하겠다고 자기 나름대로의 선한 생각에서 6백만의 유대인을 죽였다. 그리고 스탈린은 이 땅위에다 모두가 잘사는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선한 소명감에 도취되어 2천만의 양민을 학살했다.

미국의 위대한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는 ‘공산주의는 선하기 때문에 가장 악하다’라고 말했다.

소크라데스를 죽인 아덴시민들과 예수님을 죽인 바리새인과 서기관, 제사장들도 하나같이 하나님에게 충성하고 선을 행하려는 그 열의에서 저질러진 사건이다.


여기 ‘악인’ ‘선인’이 있다고 하자. 이 두 사람이 싸움이 붙었는데 그 싸움은 물론 악인에 의해서 일어났다. 그런데 이 싸움이 길어지면 선인과 악인이 구별되지 않을 뿐 아니라 뒤바뀌어지는 수가 있다. 악인도 양심은 있으니까 싸움이 붙은 초기에는 ‘내가 잘못한 것 같은데’하는 생각을 갖는다. 그래서 그의 싸움의 농도는 약해진다. 그러나 ‘나는 잘못이 전혀 없는데 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처음에 선했던 사람은 나중에 가서는 눈에 불이 나고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싸움을 하게 된다. 이 같은 싸움을 아랍인들은 지하드 즉 성전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들은 이 싸움에서 죽으면 순교자가 되고 천당에 간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바로 이것이다.


오늘 우리는 신문이나 TV를 통해서 보고 들은 조류독감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이 지하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조류독감은 아직 한반도에 상륙하지 않은 것 같으나 지하드는 이미 이 땅위에 흘러 들어왔다. 오늘 이 땅에는 선에 도취된 지하드 용사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다.

민주, 인권, 자유, 평화, 정의, 과거사를 청산하고 이 땅을 깨끗한 유토피아로 만들려고 노심초사 하고 있는 성전 용사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대중들은 성매매, 독재, 친일, 부정 이같이 삼척동자도 다 악으로 알고 있는 그런 것들을 두려워하고 있으나 실은 선에 도취된 사람들이 더 무서운 사람들이다.

내가 어렸을 때 부흥사들을 통해서 소돔과 고모라의 죄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란 것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그러나 성서는 소돔과 고모라의 죄악을 이야기하기 아주 오래 전에 에덴동산(선 속에서 나온 악의 이야기)의 이야기와 바벨탑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이것이(선의 도취) 더 무서운 파괴를 가져오는 죄악이란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끝으로 미국의 전기 작가 네이슨 밀러의 책을 소개하겠다. 미국의 데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의 전기를 위시해서 많은 대통령의 전기를 쓴 저자는 ‘이런 대통령을 뽑지 맙시다.’란 책에서 미국 역사상 열 명의 악한 대통령을 뽑아서 그들의 행적을 기록했다. 거기에 의하면 가장 악한 대통령 열 명 중에서도 최악의 대통령은 지미 카터란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스스로 자기가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도무지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모르는 고집불통의 대통령이란 것이다. 우리가 아는 대로 카터 대통령은 자나 깨나 인권을 이야기하는 참으로 선한 사람이다. 주일에는 대통령 집무실을 빠져 나와 백악관에 들어가기 전 자기가 갖고 있던 교회 어린이 학교 교사 일을 할 만큼 순진하고 선한 사람이다. 바로 이 사람이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악한 대통령으로 이름을 남겨 놓고 있다.


생명하면 공기와 물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공기와 물은 생명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넘쳐흐르는 것이 태풍이고 이 태풍은 지난여름에 미국 뉴올리언스를 휩쓸고 간 태풍 카트리나와 같이 수많은 사람과 가축의 목숨을 앗아갔다.

통일, 인권, 민주, 자유, 정의, 주체사상 이 같은 덕목은 선한 것들이다. 선(善) 중에서도 가장 큰 선이다. 그러나 이런 선이 때로는 무서운 태풍이 될 수도 있겠기에 우리 함께 조용히 주님의 발아래 무릎 끓고 함께 기도드리는 경건한 자세부터 취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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