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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시간을 아세요? / 안 에르보

가산(佳杣) 2009. 11. 3. 05:00
        파란 시간을 아세요? 불을 켜기엔 아직 환하고 책을 읽거나 바느질을 하기엔 조금 어두운 시간. 읽던 책을 그대로 펼쳐놓은 채 생각에 잠기고, 꿈을 꾸는 시간. 펼친 책장이 희미한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 시간. 땅거미 질 무렵의 어슴푸레한 시간. 그림자는 빛나고, 땅은 어둡고, 하늘은 아직 밝은 시간. 온 세상이 파랗게 물드는 시간. 세상 모든 것들이 조용히 밤을 기다리는 시간. 하늘 끝자락이 붉어지고, 태양은 멀리 어딘가로 자러 가는 시간. 늘 같은 모습으로 다가왔다가 돌아갈 때만 조금 달라지는 슬프고 아름다운 시간. 그런 파란 시간을 정말 아세요? # 파란 시간을 아세요?/안 에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