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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恩惠)

가산(佳杣) 2007. 10. 30. 03:44

은혜(恩惠)

                                                                    島岩 여 규식 (은퇴목사)

 

아침에 눈을 떴다.

무릎을 꿇었다.

어제 밤에 내가 잠이 든 것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뜬  것 분명히 내가 하지 않았었다.

 

식탁에 앉았다.

식탁위에는 밥, 김치, 된장, 고등어, 오징어가 놓여 있다.

밭에서 나온 것, 바다에서 건져 올린 것들이다.

예수님은 천국은 밭에서 보화를 캐내는 것 같다고 했고 또 어부가 바다에서 각종 물고기를

건져 올리는 것 같다 했다.

밭에 묻혀 있던 보화가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사파이어만을 의미하겠는가?

사실 그것들은 인간의 생명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것들이다.

감자, 고구마, 인삼뿐 아니라 쌀, 보리, 콩 등등도 하나같이 땅 속에서 나온 것 들이다.

이것들은 하늘나라 보화들이다.

어부들이 바다에서 수확한 물고기들은 그 누구도 아닌 하나님이 내게 내려주신 선물들이다.

 

또 예수님은 천국을 여자가 가루 세 말속에 넣어 전부 부풀게 하는 것에 비유했다.

천국은 사후의 세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천국은 다스린다는 뜻, 즉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의미할진데 밭이거나 바다이거나 들이거나 부엌이거나,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고구마나 생선을 기르시는 그 곳도 될 수 있고 그것들을 조리하는 곳 일 수도 있다.

밭에서 수확하고 바다에서 낚아 올린 그리고 여인의 손길을 통해 마련된 이 식탁에 지금 내가 앉아 있다.

 

그러면 이렇게 하늘나라 잔치에 초대받아 식탁에 앉아있는 나는 대체 누구인가?

밥맛을 주시지 않으면 이 귀한 '하늘만나'를 먹을 수도 없는 존재가 바로 나다.

아니 스스로 소화도 할 수 없는 나다. 나는 스스로의 키를 한자도 더 할 수 없는 자인데도

오늘 173세티미터, 70킬로그램의 몸 덩이를 갖고 여기에 앉아있다.

 

펭귄, 물개의 새끼는 수많은 때서리 중에서도 제 어미를 알아본다.

그런데 나는 70여 평생을 살아오면서 내가 나 된 것은 송두리째 하나님의 은혜란 것을

생각해 본적이 몇 시간이나 되는가? 나 잘 났다고 남을 가르친다 설치고 다녔으니

"실로 나는 바보중의 왕 바보다."라고 소리칠 수밖에 없다.

 

"나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비방거리요, 백성의 조롱거리니이다."(시 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