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향수(鄕愁) / 정지용
정지용[鄭芝溶]님의 "향수(鄕愁)"
표기법 : 왼쪽 : [정지용 시집](1935년)에 따름.
오른쪽 : 시적 운율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대어로 고침.
넓은 벌 동쪽 끝으로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러치도 않고 여쁠 것도 없는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가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해ㅅ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