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돌봄에 대한 단상 / 김 성환 (전 한국원목협회 회장)
김 성 환 (전 한국원목협회 회장)
필자는 세브란스 호스피스에서 봉사활동, 약 7년 동안에 431명의 환자를 만났다. 그중에서 301건이 환자 면접 챠트를 들추어 보면서 필자의 느낌을 적어 보려고 한다.
“영적 돌봄이라 함은 특정 종교의 교인화(敎人化)의 차원이 아니고 환자의 삶의 자세와 그 것의 변화 과정을 돌보는 것이다.”라는 관점에서 활동했다. 이런 주장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호스피스에서 목표로 하는 바가 ‘아름다운 죽음’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환자 자신의 마음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점이다. 마음의 자세가 어떠냐에 따라서 긍정적인 죽음 즉 아름다운 죽음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마음의 자세 결정은 다른 사람의 설득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의 결단에 의해서 되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교리(敎理)라 할지라도 설득이라는 방법은 감동을 주질 못한다. 그것 보다는 마음의 자세(life style)를 긍정적으로 바꾸어 주려는 접근이 훨씬 효과적이다.
긍정적인 삶은 우리가 살아가다가 만나게 되는 모든 일을 열린 마음으로 자기 안에 받아드린다.
그리고 그 수용된 것은 그것이 좋던 나쁘던 간에 일단 자기의 삶이라고 마음을 정리하고 그것과 함께 살아 갈 방도를 스스로 세우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다가올 어떠한 것도, 비록 죽음의 두려움과 통증의 문제도 자기 삶의 일부라고 받아 드려 책임 있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것들이 곧 바로 호스피스의 목표로 연결되어 질 수 있다.
둘째는 삶의 자세가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뀌게 되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시야가 넓어져 삶의 더 깊은 차원에 시선을 돌리게 된다. 이런 마음의 자세 형성은 오랜 세월 동안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 호스피스에서는 임종이 임박해서 의뢰되는 경우가 많았었다. 따라서 환자와의 만남의 시간이 너무나도 짧았기 때문에 죽음 준비 작업을 하기에 대단히 어려웠다.
결론은 죽음 준비는 임종 임박해서 보다는 호스피스 대상 기준 약 6개월 정도의 기간을 두고 의뢰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임종 환자들이 두려움과 통증으로 힘들어하는데 그 이유가 ‘이 세상에 대한 미련’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는 사실에 호스피스는 관심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죽음 준비의 핵심은 ‘어떻게 사는 것이 참 삶인가?’, ‘그런 삶에 불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발견하도록 하는 것, 즉 자기 비움 교육이다.
영적 생명의 길에 불필요하게 붙어 있는 과지방과 비만 근육질을 거둬 내는 일이 죽음 준비이다.
사실 이 일은 종교만이 할 수 있는 분야이다. 이 일을 평소 일상생활 속에서 수련하자는 것이 필자의 소신이다.
또한 한 가지 추가 한다면 임종을 앞두고 사투를 하고 있는 환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접근하자는 것이다.
환자들은 죽음과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것은 일종의 위기 상황이다.
위기의 발전 과정을 3단계로 설명하는데 충격, 고통, 그리고 치유 등의 단계라고 한다. 암 선고는 충격이다.
이 단계에서는 이성(理性)의 작동이 멈추어 버리고 감정만이 상승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있는 환자들에게 이성으로 생각을 해야 이해할 수 있는 교리 설명 같은 것은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이때에는 환자들의 감정에 함께 해 주어야 한다. 함께 아파하고 공감해 주어서 안정적인 감정으로 하루하루를 밝게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 영적 돌봄의 중요한 작업이다. 이러면서 환자의 마음이 안정되고 밝아 졌다고 보이게 될 때 간헐적으로 환자의 느낌을 이야기 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지난날의 아름다웠던 추억꺼리 혹은 잠시 이 세상에 즐거운 소풍 나들이를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상상의 이야기 등을 나눌 수 있으며 또한 환자의 삶 가운데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내서 칭찬과 격려를 해 주고 환자의 일생이 결코 헛된 인생이 아니고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이였다고 박수를 쳐 줄 수 있으면 매우 바람직할 것이다.
이것이 긍정적 삶으로 연결되게 한다. 따라서 이런 개념의 영적 돌봄은 성직자만이 하기 보다는 모든 호스피스 참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각기 자기의 전문 분야의 일을 진행하면서 긍정적인 삶으로 추스르는 방향의 돌봄을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