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자가 / 가산(佳杣)
내 어릴적 산등성이 집 앞 길로
어린동무 마주하며 꿈나무 되었던 곳
저녁놀 웃음삼아 아랫마을 내어보면
하나씩, 둘씩 피어지던 붉은 심장들
어린 가슴 가엔 꽃처럼 아름다웠건만
달려가지 못하고, 손을 내어 잡아보지 못하고
한 참의 세월 속으로 숨어지고만 시절
복음이 무엇인지, 구원이 무엇인지
알턱이 있었겠느냐 만은
그시절 십자가를 동무와 세어보며
손꼽아 배워보던 숫자세기 그림 놀이
유치원 동무들은 알 수 없던 애달픔의 고운 숫자
무수한 시간의 흐름으로 한 자락 피어진 것
하나의 구원 기쁨으로
하나의 은혜 복음으로
사라진 동네마저 기억에 없다 만은
내 기억 저편에는 붉은 심장 남아지던
밤길을 비추던 십자가 그 십자가.